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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책추천/책 리뷰 표백 - 장강명 장편소설

by 져니21 2020. 5. 20.

안녕하세요 져니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표백」입니다. 이 소설은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이 소설은 현사회에 대한 비판이 가득 담긴 소설로 이 상황, 이 사회에 대한 우리의 불만이 있다면 대리만족 또는 그 불만에 대한 대답이 되어 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작가도 이 소설을 "나는 지금 20대에게는 '언젠가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이 허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글감으로 삼아 이 소설을 썼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등장인물/ 간략 줄거리/ 감상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표백 장강명

등장인물
  • 매사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바보
  • 휘영 강남 중상위층 집안의 자식 세연에게 빠져 있음
  • 병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격지심이 가득함 말이 별로 없고 세연을 좋아함
  • 세연 공부도 잘하고 청순하고 예뻐 많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고 시기와 질투를 받아 소문이 많음
  • 추윤영 세연과 다르게 차갑고 세련되게 예쁨. 세연이 '나'에게 소개해줌


줄거리  
  • 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깽판을 치고 나와, 나의 집에서 아무나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을 초대했고 평소에 친하지 않았던 휘영, 병권, 세연이 집에 와 '촛불 파티'를 가지게 된다. 그 자리에서는 사회의 부조리에서 떠들게 되었고, 그 이후로 그들과 종종 어울리게 되었다. 세연이 '나'에게 추를 소개해줬고 추와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연이 죽었고 그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세연으로부터의 메일이 온다.  그 메일에는 잡기 모음 2개가 있었다. 첫 번째 파일인 1~3999 그해 4월까지 겪은 일을 3인칭 소설처럼 서술한 글로 전혀 모르는 사람인 '하비', '제리', '메리'가 등장한다. 두 번째 파일 4000~8337 은 암호가 걸려 있었고, 암호 힌트는 글의 주요 등장인물이면서 재키, 소크라테스, 재프루더, 하비 제리, 메리가 아닌 누군가다.  그 후 나는 암호를 풀려고 시도 하지만 내 앞에 닥친 문제들로 세연의 메일 속 파일들을 잊어 간다. 나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을 나와 공무원 준비를 한다. 추의 동거 제안에 공무원 준비에 영향을 줄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있었기 때문에 추와 동거를 하며 공무원 준비를 한다. 휘영은 기자 준비를 한다. 나는 공무원 시험에 낙방을 하고 모든 탓을 추와 잦은 싸움을 하다 결국 추의 집을 나간다. 하지만 이내 화해를 하고 추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휘영도 기자를 열심히 준비하지만 몇 차례 낙방을 한다. 나는 또 공무원 시험에 낙방을 하고 결국 집으로 들어가며 추와도 헤어지게 된다. 추는 나와 헤어지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나는 추가 미국으로 간 다음 해에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  

 

  • 2부 코마 화이트

 나는 7급 공무원으로 , 휘영은 신문기자를 낙방하고 주간지 기자가 되어 살고 있던 날, 세연으로부터 와우 두유 리브 닷컴 사이트 주소가 메일로 날아왔다. 사이트는 미완성된 모습이지만 글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추의 자살 선언문이 올라왔고 나와 휘영은 최선을 다해 추의 자살을 막기 위해 학교 사이트며 지인들에게 추의 소재지를 찾았지만 결국 추의 자살을 막지 못한다. 이 일로 와우 두유 리브 닷컴은 알려지게 된다. 연이어 재벌 2세인 진호 그룹 장남 선우 씨도 와우 두유 리브 닷컴에 자살 선언문을 남긴 것이 알려져 타살이 아니라 자살인 게 밝혀지고 사이트는 더욱 유명해진다. 그리고 병권으로부터 마포대교에서 자살하겠다는 글이 올라온다. 나는 휴가를 내고 마포대교로 향하고, 휘영도 마포대교에서 병권을 기다린다. 또한 병권의 어미니를 비롯한 많은 취재진과 사이트 회원 등이 마포대교에서 병권을 기다렸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살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는 한편, 시간이 되자 병권은 서강 대교에 나타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목을 메어 자살을 한다. 나는 잡기를 다시 보게 되고 암호를 2번째 파일의 암호를 풀게 되고 휘영도 세연에게 자살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게 된다. 휘영은 과거 세연에게 약속했었고 실제로 어떤 여자로부터 자살할 거냐는 물음의 전화가 왔지만 자신은 자살하지 않겠다고 했음을 고백한다. 그럴듯한 변명을 하지만 나는 휘영이 죽음이 무서웠음을 안다. 잡기에 모두가 별명으로 나오고 모두에게 세연은 자살을 권했지만 나에게 권하지 않은 것에 자존심이 상했고 그 사이트로 인해 자신이 시시한 인간이 되어갔기 때문에 사이트에 세연에 의견에 반박했고 운영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운영자를 만나기로 한 날 사이트에 자살 선언문이 올라온다. 운영자는 세연의 동생 세희였다. 자살 선언문의 주인공은 세희였고 나는 세희에게 자살 선언을 반박하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3년을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세희는 자살하기 위해 물에 띄어 든다. 나는 세희를 구하려 뒤따라 뛰어들었고 세희를 구한다. 세희는 경찰에 체포되었고 법정에 선다. 법정에서는 징역 6개월을 선고하지만 세희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내가 세희에게 말한 3년이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문장들

 

 시건방진 소리지만,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도 여전히 나는 학교와 같은 과 동기들을 속으로 깔보고 있었다. 내가 다른 녀석들처럼 과외를 받았더라면, 또 고등학생 때 제대로 공부를 했더라면, 분명 더 좋은 대학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너희와 동급이 아니고, 실은 더 잘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고 재수나 편입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형편없는 학점을 받으면서도 나는 항상 자신만만해했다. 나의 자신감은 합당한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깡패나 자해 공갈단의 마음과 짐과 비슷한 것이었다.

⇒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던 말입니다. 나도 잘나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특별할 것이라는 나는 다를 것이라는 착각을 했었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

 

"도전 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 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한테만 가지라고 하나요?"

"젊을 때는 잃을 게 없고, 뭘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노려봐야 한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뭐가 되기라도 하면 대박이잖아."

"오히려 오륙십 대의 나이 든 사람들이야말로 인생 저물어 가는데 잃을 거 없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은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일례로 시간을 2,3년만 잃어버리면 H그룹 같은 데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잖아요. 나이 제한 넘겼다면서."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멋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 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하는 거잖아요."

⇒ 한 번쯤은 왜 도전을 강요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누구나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주인공의 외침이 통쾌했습니다.

 

"가끔 나는 세상에 뭘 보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렸을 때 나는 사람이 저마다 검거나 붉거나 푸른 색깔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 색들이 어울려서 세상이라는 화폭에 어떤 이미지를 그려낸다는 상상을 했지. 어떤 비범한 개인이 압도적인 재능을 펼쳐 그 주변으로 그 개인이 지닌 색의 빛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렸어.

 그런데 이제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이 전에 나온 적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이 흰 그림이야. 그런 세상에서 큰 틀의 획기적인 진보는 더 이상 없어.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누군가 밑그림을 그린 설계도를 따라 개선될 일은 많겠지만 그런 건 행동 대장들이 할 일이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 이 책을 읽는데 중요한 핵심이자 중심이 되는 내용이자 제목의 이유이기도 한 구절입니다. 저도 특별한 존재,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지만 , 제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이 사회가 완벽한 사회여서 였을까요? 완벽한 사회는 긍정적 이미지였지만, 이 책에서 그 완벽한 사회를 부정하는 시각이 참 신선했습니다.

 

 

표백 세대는 지배 이념에 맞서 그들을 묶어주거나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념이 없으며, 그렇기에 원자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 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들은 사회를 비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실패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귀결된다.

밤에 잠자리에 누운 나는 대상을 알 수 없는 강렬할 증오와 분노에 휩싸여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왜 이렇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오랫동안 생각했다.

 

⇒ 열심히 살았어도 제자리,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뭐를 비난해야 할지 왜 내가 죄인인 것 같은지, 저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를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생각이 너무 와 닿았습니다. 저는 왜 무능력하며, 저는 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며, 전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저는 제 나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완성된 사회에서 자살은 낙오이며, 낙오자에게 완성된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낙오자 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구조적인 실패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완성된 사회는 그 사실을 알리는 데 인색하다. 

⇒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은 사회고 그건 사회가 구조적 실패된 부분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세화뿐 아니라 나 역시, 상대방이 아니라 와이 두유 리브 닷컴 회원들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3년 안에 중대한 제안을 하겠다"라는 내 말이 녹음되고 자막까지 달려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퇴로가 끊겨버려 후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감정에 북받쳐 사표를 내거나 갑자기 산티아고로 순례 여행을 떠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그렇게 망쳐선 안 된다.

⇒ 주인공은 세연의 동생 세화에게 그리고 와이 두유 리브 닷컴의 회원들에게 자신이 반대하는 의견을 증명하겠다 한 후 후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하지만 부조리한 사회의 한 명으로서 답답함을 느끼던 주인공이 자기 삶의 의미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이지 않을까? 다수를 향한 선언. 그것이야 말로 주인공에게 삶의 의미를 가져다준 게 아닐까?

 

그리고 주인공의 해결방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것을 할때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하는게 아니라 그 세상 속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는거입니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새로운것을 하는 것은 그 일을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감상

 이 책은 내가 가진 답답함을 해소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해주게 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특별해지고 싶고 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지만, 제 자리는 너무 좁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제자리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순간 제가 느낀 답답함의 이유를 정의해준 것 같아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된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여기서 그래 세상이 완벽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을 해서는 안됩니다. 글 속의 나처럼 저도 이런 답답한 세상을 향해서 증명할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장강명 장편소설 표백에 대해 리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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